정치,외교

영국에서 흙수저가 정부의 2인자인 부총리가 되는 것을 보면서?

도형 김민상 2024. 7. 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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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절이 있었는데 영국은 현재도 개천에 용이 나온다. 극빈층가정·16살에 출산·37살 때 할머니가 된 분이 영국 정부의 2인자인 부총리가 되었다 학벌·인맥·지연이 없으면 출세가 힘든 대한민국과 대비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경력의 소유자라면 어디 가서 이력을 내밀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역시 자유민주주의 선진국은 아무 국가나 되는 것이 아니다.

 

극빈층 가정에서 자라나 열여섯 살에 아이를 가지며 학교를 자퇴했던 ‘흙수저 여성 노동자’가 영국 정부의 2인자가 됐다. 5일 출범한 노동당 키어 스타머 내각에서 부총리를 맡게 된 앤절라 레이너(44) 균형발전·주택 및 지역사회 장관이다. 비주류·자수성가 인물들이 많은 스타머 내각 인사들 중에도 레이너의 인생사는 더욱 두드러진다.

 

레이너는 1980년 그레이터맨체스터주의 스톡포인트에서 태어났다. 공공주택에 살면서 수시로 난방을 중단해야 했고, 조울증을 앓는 어머니는 글을 읽을 줄 몰라 집에는 책이 없을 정도로 불우하게 성장했다. 게다가 열여섯 살에 덜컥 임신을 하면서 학교를 자퇴해야 했다. 

 

이후 노동당 정부가 운영하던 저소득층 복지 프로그램인 ‘슈어 스타트 센터’의 도움으로 아이를 양육했고, 이는 그가 노동당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레이너는 아이를 키우면서 대학 과정을 마쳤고, 졸업 뒤에는 간병인으로 근무하는 동시에 돌봄 노동자 노조 간부로 활동하며 열악한 처우 개선과 권익 증진에 앞장섰고, 정치권에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홈페이지에서 자신을 “옥스브리지(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다니지도 않았고, 전문성을 갖춘 보좌관도 아니고, 직업 정치인도 아니다”라고 소개한다. 이처럼 불우한 개인사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소신 있는 모습 덕에 노동당의 차세대 정치인으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5년 맨체스터 애슈턴언더라인 선거구 역사상 첫 여성 의원으로 당선됐다. 

 

강성 노동운동가 출신 제러미 코빈 당시 노동당 대표는 레이너를 예비 내각의 연금장관과 교육장관에 발탁할 정도로 중용했다. 그는 당내에서 강성·온건파와 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고, 코빈의 뒤를 이어 취임한 스타머 대표는 2020년 3월 레이너를 부대표로 기용했다.

 

레이너는 의정과 무관한 일로도 화제를 몰고 다녔다. 2017년 11월에 맏아들 라이언이 딸을 낳은 소식을 트위터에 전하면서 37세에 할머니가 됐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할머니(Grandmother)와 자신의 이름을 합친 ‘그랑겔라’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는 10대에 엄마가 됐던 경험이 자신의 삶을 구원해줬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다.

 

2022년 4월에는 타블로이드지 선데이메일이 대정부 질문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레이너의 모습과 함께 “토론 실력으로 총리를 이길 수 없으니 1992년 영화 원초적 본능에서 샤론 스톤의 ‘다리 꼬기 장면’을 흉내 내 총리의 시선을 흩뜨리려는 것”이라는 익명의 보수당 의원 발언을 보도해 논란을 불렀다. 레이너는 해당 보도에 대해 “매우 좌절했다”고 말했고, 보수 진영에서조차 부적절한 보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