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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직자·대기업 인재들 로스쿨로 모인다는데 로스쿨 도입 순기능일까?

도형 김민상 2024. 10. 1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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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도 대기업도 때려치우고 너도나도 변호사 자격증 따러 로스쿨로 눈을 돌린다고 한다. 로스쿨 제도 도입 15년 만에 진풍경이다. 사법고시 패스는 개천에서 용난다고 했고 사법고시 패스 법조인들이 있을 땐 그래도 법치주의 국가다웠다.

 

“동료 사무관 중 10%는 로스쿨 준비하는 것 같아요. 올 연말에도 수십 명 로스쿨 붙었다고 나갈걸요?”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중앙 부처 과장 A씨가 전한 관가 풍경이다. 그는 “수년 전부터 부처마다 로스쿨 가는 이들이 한둘씩 있었지만, 쉬쉬하다 합격한 뒤에야 공개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20~30대 직원들이 대놓고 로스쿨 스터디를 하고 시험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행정고시·외무고시 등 5급, 살인적 경쟁률의 7급 공채를 뚫고 들어온 이들이 로스쿨 입시에 전념하려 미련 없이 사표를 내기도 한다.

 

2009년 도입된 로스쿨(law school·법학 전문 대학원) 15년, 그 인기가 다시 불붙고 있다. 인문·사회 계열 학부생은 물론, 안정적 엘리트 직장의 대명사였던 공직과 대기업에 안착한 젊은 직장인도 로스쿨로 눈을 돌린다.

 

저성장 시대의 불안한 노동시장, 어떤 조직도 길어진 내 인생을 책임지지 않는다. 믿을 건 정년 없이 평생 화수분이 돼줄 전문직 라이선스뿐. 개인들은 끝없는 스펙 군비경쟁에 돌입한다.

 

의대 입시 광풍이 미성년자들의 고소득 전문직 도전 리그라면, 다음엔 로스쿨 입시라는 성인 리그가 활짝 열린다.

 

올 초 ‘1등 부처’ 기획재정부 5급 사무관 3명이 나란히 로스쿨에 붙어 사표를 냈다. ‘갑 오브 갑’ 금융위원회의 사무관과 주무관도 로스쿨 진학을 위해 퇴직했다. 앞서 주요 국에 파견된 외시 출신 신입 외교관도 같은 이유로 나갔다.

 

“이런 부처마저 미래가 없다는 거냐”며 파장이 컸지만, 퇴직자들에겐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한 거냐”는 동료들 전화가 수십통씩 빗발쳤다고 한다.

 

최근 접수를 마감한 2025학년도 전국 25개 로스쿨 전형엔 2000명 정원에 1만1492명이 지원, 평균 경쟁률이 5.75대1이었다. 로스쿨 도입 첫해인 2009년 ‘개점 효과’로 1만3689명이 몰려 6.8대1을 찍은 이래 최고치다.

 

로스쿨 입시 전형에 필수인 법학 적성 시험(LEET) 응시자 역시 올해 역대 최다인 1만7519명으로, 15년 전 인원의 두 배에 육박했다.

 

중앙 부처는 물론 지방직·법조 공무원들, 삼성 등 굴지의 대기업과 공기업 직원들, 교권 추락에 염증을 느낀 초·중·고 교사들도 로스쿨 대열에 합류한다. “고시·대기업 붙을 머리면 변호사 시험 안 떨어진다. 3년(로스쿨 재학)만 투자하자”면서.

경찰대는 ‘로스쿨 사관학교’가 됐다.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업무가 폭증하고 승진이 지연되자 이탈 바람이 거세져, 올해 경찰대 출신 중 92명이 로스쿨로 가는 신기록을 세웠다. 상당수가 의무 복무 6년을 못 채워 국비 지원액을 토해냈다고 한다.

 

의대 증원 갈등으로 휴직한 전공의들이 의료 소송과 병원·보험 시장 성장 가능성을 보고 로스쿨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올해 LEET에 응시한 의학 계열 출신은 156명으로 지난해보다 44% 급증했다.

 

어렵게 로스쿨에 합격하고도 수도권·상위권 학교로 옮기려는 ‘로스쿨 반수생’이 늘어난 것도 경쟁률을 높인다. 전국 로스쿨 신입생의 43%가 LEET에 재응시한다. 일부 지방대 로스쿨에선 합격 요건에 ‘반수 금지’를 내걸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4/10/12/XYWWSTSPQBEDXDMOV6KNVYY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