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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쌍방울 대북송금 200만달러 이재명에게 대납 보고했다

도형 김민상 2024. 3. 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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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피의자인 이화영이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쌍방울그룹의 방북비용 대납을 보고했다는 진술 내용이 5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쌍방울이 방북비용을 전부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이재명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쌍방울그룹의 방북 비용 대납을 보고했다는 진술 내용이 5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 김성태 회장이 (도지사의)방북비용을 알아서 전부 처리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부지사는 또 “이 대표가 ‘잘 진행해 보면 좋겠다’고 대답했다”고 검찰에 말했다.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쌍방울 대북송금 사실 등을 보고했다고 말한 사실은 일부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정황과 진술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이날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선 검찰 측의 서증조사가 진행됐다. 서증조사는 검찰이 신청한 증거 중 채택된 내용을 공개하고 입증 취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증거 중에는 이 전 부지사의 피의자 진술 조서가 일부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이 내용을 제시하며, “이 전 부지사가 검찰이 묻기도 전에 먼저 방북비용 대납을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했다.

 

검찰이 공개한 진술 조서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9일 검찰 조사에서 처음 방북비용과 관련한 자백 진술을 했다. 검찰은 “당시 (이 전 부지사가)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며 진술한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성태가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 100만~200만 달러를 보내고 계약서를 쓰는 등 일이 잘 되는 거 같다고 (이 대표에게)보고했고, 2020년 초 방북이 성사될 거 같다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부지사는 같은달 14일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에게)현대아산과 같은 기업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며 “방북 비용에 대해 이 대표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는 변호인이 참여할 때 말씀드리겠다”고 진술했다. 같은달 18일 진행된 조사는 당시 이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던 법무법인 해광의 변호인 동석 하에 진행됐는데, 이 전 부지사는 이 자리에서 “쌍방울 김성태가 방북비용을 알아서 전부 처리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서에 적혀있다.

 

그는 또 “제가 (2019년 열린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국제대회를 마치고 이 대표에게 김대중 대통령 방북 당시 현대아산의 예를 들며, ‘기업을 껴야 방북이 수월하다’고 말씀드렸고, 이 대표도 ‘잘 진행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런 내용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표(당시 도지사)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방북비용 대납을 (쌍방울에)부탁했고, 100만~200만불이 북한 측에 전달된 사실과 2020년 초순 방북 예정임을 이 대표에게 보고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는 이를 번복하고 “검찰의 회유와 압박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누구의 강요나 회유로 진술한 게 아니라, 알고 있는 내용대로 진술한 것”이라며, “(이 전 부지사가)지인들에게도 검찰의 협박과 회유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한편,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은 지난 2022년 10월 시작돼 1년 5개월째 진행 중이다. 이르면 이달 말 검찰의 구형이 이뤄질 전망이다.